정책 불확실성에 2조 원 연료전지 생태계 붕괴 우려 [청정수소발전 둘러싼 논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보폭이 빨라졌다. 하지만 연료전지 업계의 시간은 CHPS 고시가 중단된 지난가을에 멈춰 있다. 초록빛으로 환한 여름의 무성함을 기대하기보다는,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가을에 멈춰버린 연료전지의 시간
발전용 연료전지 업체가 그동안 투자한 자금을 보면 두산퓨얼셀은 9957억 원(익산공장 275MW, 군산공장 50MW), SK에코플랜트도 합작법인 설립·공장 구축·증설 등 국내 투자비만 486억 원에 이른다. 미코파워는 본사에 투입한 기술개발비(232억 원) 외에도 평택공장(50MW) 건설에 1000억 원을 투입한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HD하이드로젠도 평택에 생산기지(100MW)를 짓고 있다.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금, 인수 대금, 출자금 등을 합쳐 3440억 원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 세미나’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HD하이드로젠의 평택공장이 준공되고 나면 전체적으로 투자한 돈만 2조 원이 넘는다. 여기엔 소부장 협력사들이 빠져 있다.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가다 보니 국내 협력사가 많다. 이들 벤더 사가 장비도 늘리고 기술개발도 해야 하는데, 고시가 지연되면서 모든 게 멈춘 상황”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를 감행했는데, HPS 입찰 고시가 지연되면서 발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대로 지속되면 현재 벌여놓은 사업도 위험해질 수 있다. “통상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끼고 일을 진행하는데, 금융권에서 사업의 존속성을 우려하기 시작하면 부정적인 연쇄 반응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의 물량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매년 1300GWh 정도의 물량이 배정됐다. 이를 설치 용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170~180MW에 이른다.
지난해 신규 물량의 대부분은 두산퓨얼셀(PAFC), SK에코플랜트와 SK이터닉스(SOFC)가 수주했고, 여기에 미코파워(12MW), HD하이드로젠(1MW 시범사업)이 첫 수주로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국내 신규 시장으로는 이게 유일하다. RPS 제도에서 수소연료전지만 따로 떼어 HPS를 만들고 3년도 안 돼 정부 정책이 불투명해지면서 업계의 불안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연료전지 생태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200MW에 이르는 이 시장을 청정수소가 나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살려서 가야 한다. 그렇게 트랙레코드를 쌓는 시간을 벌어야 수출길을 찾든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고 한다.
“연료전지 경쟁력 우위 살려서 가야”
세미나 후에 진행된 주제 토론 자리에서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라는 것이 편식을 하듯 오른팔 기능을 키우는 데 집중해서 근력을 길러왔는데, 이제 전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에 점점 근손실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공급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경제성 중심의 발전을 했지만, 이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환경성, 분산성, 유연성 등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적시 공급이 필요한 AX 분야의 요구가 더해지는 등 다양한 가치가 요구되고 있다”라며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가 잘하고 있고 산업적 역량을 갖춘 분야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분야가 바로 연료전지라는 것이다.
연료전지 산업 현장 곳곳을 다니면서 투자 업무를 수행한 이력이 있는, 한국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이선아 차장의 말도 곱씹을 만하다.
이선아 차장은 “블룸에너지의 재무 상태가 아주 안 좋았을 때 한국의 RPS 제도로 금융 지원이 이뤄지면서 호흡기를 달아주고 트랙레코드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며 “지금은 해외 기업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HPS 시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실과 이상 사이, 정밀한 간극 조정
태양광은 이미 중국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했고, 해상풍력 터빈의 경쟁력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가격, 기술 면에서 국내 시장이 그나마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연료전지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HPS 시장을 살려서 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점에서 정부도 고민이 깊어 보인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새롭게 출범했지만, 여전히 기존 환경부의 ‘보존·규제’ 논리가 산업부의 ‘개발·진흥’ 논리와 충돌하면서 사업 추진에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크게 뛰면서 정부 정책도 환경보다는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연료전지 업계는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원칙’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봐달라고 요구한다.
현재 에너지 정책을 보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녹색 전환(GX)’과 지능 정보 사회로 도약하겠다는 ‘AI 전환(AX)’이 전력 부족이라는 벽 앞에서 충돌하는 모양새다. AX에 요구되는 막대한 전력을 무탄소 전원으로 채우려면 국내 여건상 원전이 아니면 어렵다. 원전 확대, 해외 청정수소(그린암모니아) 수입에도 부정적인 기후부가 어떤 대안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내는 땅이 넓은 중국과 비교해서 재생에너지 환경이 열악하고, 전해조 기술개발 속도도 더디다. 삼성물산이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해 지난 3월에 구축한 10MW급 알칼라인 수전해 설비도 노르웨이 넬(Nel) 사 제품이다. 수소상용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시장의 규모도 중국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이런 열위와 한계를 정부도 인정해야 한다. 연료전지 업계도 그동안 정부 정책의 수혜 안에서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양적 성장에만 매달려온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쌍방의 이해와 소통이 더해진 와중에 GX, AX 정책의 에너지 가교이자 전략적 대안으로서 연료전지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업계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HPS 시장을 CHPS 시장이 흡수하는 시점을 정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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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불확실성에 2조 원 연료전지 생태계 붕괴 우려 [청정수소발전 둘러싼 논란 ③]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로 블룸에너지는 상한가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연료전지 업계는 사정이 다르다. 청정수소 정책이 강조되면서 사활을 고민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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