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폴 해상풍력 건설 중단 이유?...풍력발전 공급망 투자 관건, 2026년까지 133조원 필요
전 세계 정부들의 해상풍력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26년까지 해상풍력 공급망에 1000억달러(약 133조원)를 투자해야 한다는 우드 맥킨지의 보고서가 나왔다고 17일(현지 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중국은 자체 공급망 시장을 구축해왔기 때문에 위 분석에서 제외됐다.
지난 7월 스웨덴 에너지 대기업 바텐폴(Vattenfall)이 영국 북해 연안에서 진행하던 1.4기가와트급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을 중단했다. 바텐폴은 터빈 가격, 인건비, 자금 조달 문제로 건설 비용이 약 40% 이상 급증해, 프로젝트 진행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풍력터빈 건설을 위한 대출의 이자율이 높아졌고, 공급망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비슷한 이유로 좌초된 프로젝트가 있다. 사업비 2조3000억원 규모로 국내 최대 해상풍력 프로젝트였던 전남 영광 낙월 프로젝트다.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수익성 하락을 이유로 모두 손을 떼고, 사업 주체였던 서부발전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자 490억원 규모의 출자를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비가 증가한 원인으로 풍력사업 주요 원자재인 구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을 꼽았다. 구리가 전기차 및 신재생에너지의 핵심 소재로 떠오른 탓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2년 발행한 ‘세계 에너지 전망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구리는 전기차와 해상풍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광물일 뿐 아니라 육상풍력, 태양광, 원자력 발전에도 쓰인다.
해상풍력 업계, 공급과잉과 비용증대로 어려움…
공급망 투자 및 프로젝트 시기 불확실성 해소 필요
2021년 이후 세계 각국 정부는 탈탄소 경제를 위해 135개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연간 77기가와트 용량의 새로운 발전시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력 및 에너지산업 컨설팅업체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해상풍력산업이 비용 증대와 공급망 확대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막대한 투자 없이는 현재 예상 수치인 연간 30기가와트 추가 발전량 확보도 불가능하다.
우드 맥킨지는 업계가 투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로 공급과잉과 프로젝트 시기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지난 2015년 진행된 발전시설 건설은 공급과잉을 야기했다. 그전까지 연간 500대에 머물렀던 업계 내 터빈 생산량은 이후 약 800대 이상으로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오랜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자재비는 급등, 수익성은 악화된 것도 투자 부족의 원인이다. 특히 유럽의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해오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불확실한 프로젝트 시작 타이밍도 문제다. 2025년에서 2027년 사이 예정된 많은 프로젝트들이 보조금, 전력구매계약(PPA) 등 시장 진입로는 확보했지만, 결정적인 최종 투자 결정(FID, Financial investment decision)을 받지는 못했다. 최종 투자 결정은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경제성을 따져 프로젝트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많은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비용 증가와 인플레이션 때문에 오프테이크(Off-Take, 생산되는 산출량의 특정 지분을 장기로 구매하는 계약)가 지연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2025~2027년 예정 프로젝트들은 2028년~2030년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
우드 맥킨지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 핀레이 클락은 “최종 투자 결정이 계속 미루어지면, 일부 프로젝트들은 아예 무산될 수도 있으며 이는 정부 목표 달성에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공급망 확대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 새로운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목표는 2030년 이후로 설정해야 한다. 2030년까지 계획된 프로젝트들도 향후 수십 년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030년 이후로는 해상풍력 장비에 대한 수요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둘째, 터빈 크기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업체들은 더 큰 터빈 개발을 위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셋째, 발전시설 개발업체와 전력공급업체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야 한다. 발전 용량 증대에 필요한 수요를 사전에 예측,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공급 과잉을 방지할 수 있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 해상풍력 책임자 레베카 윌리엄스는 "개발업체들은 경제성이 불확실한 프로젝트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업체들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과 등 외부 변수를 고려한 조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네덜란드 금융기업 라보뱅크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의 풍력산업이 비효율적인 프로젝트 허가 절차, 원자재 및 물류비용 증가, 원자재 수입 의존, 더 큰 터빈에 대한 수요 증가, 중국과의 가격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급망 내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영국, 수익성 문제로 올해 해상풍력 프로젝트 입찰자 없을 수도…
실제로 유럽의 해상풍력산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7일 블룸버그는 매년 시행되는 영국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정부 입찰에서 최초로 해상풍력 부문에는 입찰자가 없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보조금 정책이 도입된 지 거의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영국 해상풍력산업은 정부로부터 광활한 해안선 부지를 경매로 낙찰 받아 성장해왔다. 그러나 업계 내 경쟁 심화로 점점 입찰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비용 상승이 이어지면서 올해에는 입찰자가 적거나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이달 초 영국 정부는 해상풍력발전 업체들이 직면한 비용 문제를 일부 지원하기 위해 해상풍력 계약 예산을 기존 2200만파운드(약 374억원)에서 총 2억2700만파운드(약 3865억원)로 확대 편성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경매에 참여 가능한 입찰 최대 가격이 너무 낮으면 이것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경매 최대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44파운드(약 7만원)로 전년도의 37.35파운드(약 6만원)보다 실질적으로 낮다. 블룸버그는 경매에 실패한다면 영국 정부의 기후 목표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헤지펀드 클린에너지 트랜지션(Clean Energy Transition LLP)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에이릭 호그너는 “올해에는 어떠한 해상 프로젝트도 낙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며 “에너지 안보와 2030년 기후 목표 관점에서 볼 때, 해상풍력 입찰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해상풍력산업 본격화…
메사추세츠주 정부, 해양업체와 해상풍력 프로젝트 추진 중
한편 미국에서는 해상풍력산업이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1991년 해상풍력을 도입한 유럽과 달리, 미국은 2016년 처음으로 해상풍력발전을 가동했다.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1조달러(약 1343조원)가 넘는 세금 혜택과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출 제공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은 최근 연구에서 해상풍력발전이 2050년까지 미국 전력 수요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가능 매체 트리플펀딧(Triple Pundit)에 따르면, 크롤리(Crowley) 등 기존의 해양기업들이 주 정부들과 협력해 해상풍력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메사추세츠주 정부는 크롤리와 협업해 2030년까지 5.6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크롤리는 메사추세츠 외 다른 뉴잉글랜드 지역인 코네티컷주, 로드아일랜드주, 버몬트주, 메인주, 뉴햄프셔주 등에서도 풍력발전을 위한 물류 시스템 설계 및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또한 2030년까지 해상풍력으로 5기가와트의 전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수립, 진행 중에 있다. 클로리의 풍력사업부는 캘리포니아 험볼트 연안에서 1.6기가와트의 풍력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 부유식 해상풍력 시설 도입을 위한 인프라를 건설 중이다.
크롤리는 메사추세츠 해양 아카데미와 파트너십을 체결, 해상풍력산업 전문 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크롤리 풍력사업부의 수석 부사장 밥 칼은 “미국의 풍력산업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우리는 더 많은 엔지니어링과 건설 역량을 확보해 향후 에너지 업체들에게 턴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텐폴 해상풍력 건설 중단 이유?...풍력발전 공급망 투자 관건, 2026년까지 133조원 필요 < 글로벌 < 기사본문 - IMPACT ON(임팩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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