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소충전소 시장 진단 ② 이와타니, 넬 하이드로젠에 소송
이와타니가 넬과 함께 캘리포니아에 구축하기로 한 수소충전소.(이미지=Iwatani)
월간수소경제 = 성재경 기자 | 굴지의 석유 대기업인 쉘은 자동차용 수소충전소 7곳의 폐쇄를 결정했다. 그렇다고 미국 내 수소충전소 사업을 포기한 건 아니다. 수요가 살아 있는 대형 수소충전소 3곳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또 하나 짚어볼 사건은 수소충전소 구축에 앞장섰던 넬에 대한 이와타니의 소송 건이다. 이와타니는 허위진술, 거짓 약속, 계약 사기 등 11건의 혐의로 넬 하이드로젠(Nel Hydrogen)을 고발했다.
넬사 수소충전 시스템 고장‧수리 빈번
넬과 이와타니의 인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지난 2020년 11월 이와타니(Iwatani Corporation of America)는 도요타와 협력해 남부 캘리포니아에 7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개방형 소매 수소충전소를 늘려 하루 수소 연료 소비량을 6.3톤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이와타니가 일본 하네다 공항에 구축한 수소충전소. 이와타니는 일본에서 액체수소를 기반으로 한 수소충전소의 구축,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사진=Iwatani)
충전소 구축은 2021년에 처음 시작됐다. 이 사업에는 넬 하이드로젠이 제공하는 최신 H2Station 수소 연료 충전 기술이 도입됐다. 충전소 한 곳당 디스펜서 2기를 설치해 하루 최대 900kg의 수소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이와타니가 캘리포니아에 투자한 최대 규모의 사업이었다.
하지만 넬의 수소충전 시스템은 현장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와타니는 ‘노르웨이 회사’가 서비스, 유지보수 계약을 통해 장비 결함 등을 숨기고 허위진술, 계약 사기로 회사에 큰 피해를 입혔다며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수소 전문 저널 ‘하이드로젠 인사이트(Hydrogen Insight)’가 확인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이와타니는 “이 계획은 [Nel]이 장비의 결함을 숨기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 고객이 받은 정보를 제어하고, 고객이 알지 못한 채 비용을 부담하고 현장 테스트, R&D에 고객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충전기 설치 시점에도 H2Station 제어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작업을 완료하지 않았고, 이와타니가 모르는 사이에 덴마크 사무실 직원이 원격으로 장비를 실행하는 동안에도 넬은 여전히 코드를 작성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타니는 또 노르웨이 회사가 다른 회사에 판매한 장비가 “실제로 결함이 있었고, 비참한 성능 기록을 갖고 있었으며, 잦은 고장과 실패로 고객이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자사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허위 사실 기재로 본 것이다.
이와타니는 자체 조사를 벌여 넬사 다이어프램 압축기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하와이안가든(Hawaiian Gardens) 현장에서 최소 열두 번이나 고장을 일으켰고, 1,000시간도 안 돼 고장이 발생하는 일이 흔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리 시간도 제품 사양에 명시된 ‘몇 시간’이 아닌 일주일 동안 충전소 문을 닫는 형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청주 오창수소충전소에 설치된 넬사의 다이어프램 압축기.
하와이안가든에 설치된 첫 번째 충전소는 59일이 지나 시운전에 들어갔고, 이후 100일이 지나서야 운영에 들어갔다. 그 후로도 넬은 장비 오작동, 가동 중단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씰비치(Seal Beach)에 있는 두 번째 충전소도 시운전이 늦어졌고 첫 번째 충전소와 유사한 문제를 일으킨 후 폐쇄됐다. 애너하임의 세 번째 충전소는 동일한 오류를 겪기 전까지 5시간 동안 운영이 되긴 했다.
이와타니는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충전소도 시운전 지연이 발생했으며 결국 충전소를 개장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송을 당한 넬은 입장문을 통해 이와타니가 제기한 모든 주장을 일축하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차량 보급에 앞서 충전 인프라 고민해야
이와타니의 소장 내용 중 일부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수소충전소 구축 초기에 자주 겪은 일이기 때문이다. 시운전 지연으로 개장이 연기됐고 압축기 고장으로 충전소 문을 닫았다. 애초에 문제가 있는 설비를 들인 충전소에는 여전히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타니 입장에서는 덮고 가기 힘든 심각한 피해를 봤고, 첫 번째 수소충전소 구축 과정에서 시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소송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모았을 가능성이 높다.
넬은 이와타니뿐 아니라 쉘의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참여했다. 전부터 유럽 내 충전소 구축에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유의 잡음이 수소 시장에 대한 불신, 친환경 정책에 대한 대중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도 대형화 추세를 따르고 있고, 인천에서는 액체수소충전소 시운전이 막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기체수소충전소의 경우 압축기 여러 대를 다단으로 운영해서 수소버스 충전 등에 대응하고 있다. 지금은 운행 차량이 적어 큰 문제가 없지만, 충전소를 이용하는 수소트럭이나 수소고속버스 대수가 늘면 설비에 과부하가 걸릴 확률이 높다.
퍼스트엘리먼트 퓨얼이 2023년 10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새롭게 개장한 수소충전소로 하루 최대 1.6톤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미국의 수소충전소도 대형화 추세를 따르고 있다.(사진=FirstElement Fuel)
이 문제에 대한 대비가 늘 필요하고, 수소를 압축하고 저장하는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독일의 다임러트럭은 최근 린데 엔지니어링과 손을 잡고 과냉각 액화수소(sLH2) 충전 기술을 선보였다. 다임러트럭이 액체수소로 1,000km를 주행하는 ‘GEN H2’ 수소트럭 개발 과정에 충전 기술을 함께 고민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충전소와 세트로 묶여서 간다. 시기로 보면 후자가 전자보다 앞서서 시장에 깔려야 한다. 좋은 차를 시장에 내놓는 일만큼 별 탈 없이 운영되는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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