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쯤 개설될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과 발을 맞춰 청정수소 인증제의 윤곽이 공개됐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청정수소 인증제 종합 설명회’에서 인증제 운영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혜진 박사는 청정수소 배출량 산정 기본원칙에 대해 “Well-to-Gate 기준에 따라 수소 생산까지로 범위를 끊어 산정하겠다”며 “수소 순도는 99%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선박운송 과정의 배출량은 당분간 청정수소 배출량을 산정할 때 제외된다. 수소 생산 원료인 천연가스를 해외에서 들여오거나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해외로 이송할 땐 선박을 활용한다. 해외에서 생산된 수소를 국내로 들여올 때도 마찬가지다. 이 박사는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이 아직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제외한다”고 밝혔다.
정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청정수소 기준 충족 여부를 검토하는 시범사업 등이 진행된다”며 “전력거래소와 협의해 CHPS에 참여할 때 인증 등급과 배출량 결괏값 등을 증빙서류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인사말에서 “청정수소 기준이 제시돼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촉진되는 등 국내 생태계 조성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을 비롯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양·다자 수소협력 강화, 글로벌 수준의 수소 규제 및 안전기준 확립 등 수소경제를 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수송을 위한 가압 공정 배출량 ▲설비제조 관련 배출량 등 수소 생산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활동은 청정수소 배출량을 산정할 때 모두 제외된다.
이어 이 박사는 수전해 수소(그린수소), 개질·가스화 수소(그레이·블루수소), 바이오 수소 등 수소 생산 방식별로 배출량 산정 시 유의 사항을 공개했다.
수전해 수소는 재생에너지 설비와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거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등 직·간접적인 연결 방식이 모두 허용된다. 다만 REC를 통한 전력 조달분은 사업자의 수소 생산용 전력원 중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REC를 허용하면 현물 시장에서 전력을 조달하게 돼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정 전력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이 박사는 “REC는 전체 전력 조달분 중 10% 이내로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개질·가스화 수소는 핵심 원료인 천연가스의 채굴 및 조달·운송 등 업스트림 부문의 배출량이 관건이다. 이 박사는 “블루수소는 제시해야 하는 업스트림 배출계수가 많은 편인데, 기기 효율 등 현장 데이터를 충실히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청정수소 인증 절차는 우선 생산설비에 대한 확인서를 발급한 뒤, 이로부터 6개월 동안 운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장 심사가 진행된다. ‘선(先) 수소 생산-후(後) 인증’ 시 사업자의 리스크가 큰 점을 고려한 조치다. 설비 확인과 인증 신청에서 인증서 발급과 등록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행하는 ‘청정수소 인증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도 내년부터 착수한다.
이 박사는 또 “청정수소 배출량 자가 산정툴을 개발해 기업의 배출량 산정방법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개설될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 참여를 앞둔 청정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청정수소 기준 충족 여부를 검토하는 시범사업 등이 진행된다”며 “전력거래소와 협의해 CHPS에 참여할 때 인증 등급과 배출량 결괏값 등을 증빙서류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인사말에서 “청정수소 기준이 제시돼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촉진되는 등 국내 생태계 조성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을 비롯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양·다자 수소협력 강화, 글로벌 수준의 수소 규제 및 안전기준 확립 등 수소경제를 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액화수소플랜트 가동을 준비 중인 A사는 최근 수소 사업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수소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고자 업체들이 액화수소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예상보다 수요처 확보가 쉽지 않아 사업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A사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한 (액화수소) 생산 시점보다 양산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수소 충전소 구축도 수소 생산 시점에 맞춰 이뤄져야 해서 명확한 가동 시점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호 액화수소 생산시설인 창원 액화수소 플랜트는 하루 5톤(t)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아직 상업생산을 하지 못 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지난해 8월 준공 이후 시운전에 돌입했지만, 정작 액화 수소를 공급할 충전소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액화수소 주요 소비처인 수소버스도 생산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 액화수소플랜트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창원산업진흥원,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 ‘하이창원’이 운영을 맡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 공장은 지난해 7월부터 상업생산에 나서야 했다. 하이창원 관계자는 “공장 시운전을 마치고 언제든 상업생산이 가능한 상태”라면서도 “수요처는 점점 늘고 있지만 충전소 구축이 올해 하반기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액화수소는 수소를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로 냉각해 액화한 것으로 기체 상태인 수소보다 운송 효율이 높고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덕에 액화수소는 차세대 수소 운송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피가 작아 충전소 부지 면적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SK E&S, 효성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등 액화수소 생산 계획을 세운 기업들은 당초 지난해 모두 상업생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현재 본격적으로 액화수소 생산에 나선 기업은 없다. SK E&S는 지난해 11월, 효성중공업은 같은 해 12월 액화수소 생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줄곧 가동 시기를 연기해왔다.
SK E&S는 이르면 오는 3월, 효성중공업은 상반기 내 공장 가동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들이 생업생산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인프라와 수요처 부족 두 가지다.
창원 액화수소플랜트의 경우 20여곳의 수요처와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하루 5만t의 생산량을 받아주기엔 부족하다고 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수소버스 증가세도 뚜렷하지 않다.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 있어 인허가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인프라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재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 200곳 가운데 액화수소 충전소는 한 곳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액화수소를 공급할 데가 마땅치 않기도 충전소 구축이 되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라면서 “기체수소 충전소 부지에 액화수소 충전소도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공급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부터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주요 소비처인 수소버스 운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올해 166억원을 투입, 수소 승용차 102대와 수소 버스 42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향후 3년 동안 공항버스 300여대를 포함해 시내버스·민간기업 통근버스 등 총 1300여대를 수소 버스로 전환할 계획도 세웠다. 인천시는 올해까지 수소버스 70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수소버스 생산-액화수소 공급-수소버스 운영’ 등 벨류체인을 구축해 수소버스 보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SK E&S는 현대자동차, KD운송그룹과 함께 오는 2027년까지 수도권에서 운행 중인 시내·광역·공항버스 등 1000대를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는 100대가 목표다. 현대차도 올 4월부터 대전 공장서 수소버스를 본격 양산한다.
액화수소 충전소도 본격 개소한다. 환경부는 올해 액화수소 충전소 총 37개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산에너빌리티, SK E&S, 효성중공업 3사도 올 하반기부터 충전소 구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액화수소 유통 활성화를 돕기 위한 규제 완화도 이뤄진다. 현재는 사업자가 한 장소에서 LPG 충전소와 액화수소 충전소를 함께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올해 하반기 ‘액화수소 전주기 안전 기준’이 법제화되면 LPG 충전소 인프라를 활용해 액화수소 충전소를 함께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승용차용 수소충전소 운영업체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가 부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 자본 확충(증자)에 나섰지만 최대주주인 한국가스공사가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넷은 국내 수소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가스공사와 현대자동차 등이 투자해 만든 회사다. 2019년 출범 이후 적자를 이어오다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추가 자본확충이 없으면 정상적인 기업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출자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암초에 부딪치게 됐다.
3일 업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최근 하이넷의 추가 출자(증자) 요청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가스공사와 현대차 등 11개 주주회사가 모여 2019년 만든 하이넷은 고속도로를 포함해 전국 수소충전소 45곳, 충전기 52기를 운영 중이다. 2022년말 재무제표 기준 최대주주인 가스공사는 28.52%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28.05%)가 2대 주주다.
2022년 기준 하이넷의 영업손실은 96억원이다. 도입가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낮은 데다 충분한 수요가 확보되지 않아 회사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냈다. 결국 부분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하이넷은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2020 315억원 △2021년 367억5000만원 △2022년 147억원 등 출범 당시 계획한 3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려왔는데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추가 자본확충에 나섰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가스공사는 자체 재무상태가 나빠지면서 증자참여를 거부했다. 2대 주주인 현대차는 현재 증자요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대주주가 미온적 입장을 밝힌 만큼 추가 자본확충 작업이 힘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가스공사 측은 "하이넷 합작투자계약서상 전체 1051억원 가운데 가스공사의 투자금 300억원을 납입해 출자의무를 완료했다"며 "수소차 보급지연등으로 하이넷의 지속적인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등 재무상태 악화로 추가 유상증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이넷이 사실상 부도직전에 몰려있어 추가 자본확충 없이는 올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이넷은 승용부문 국내 최대 수소충전소 운영업체로 부도 시 수소차량이용자 불편을 초래함과 동시에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과 인프라 확충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충전기 기준 승용과 상용을 합쳐 311기다. 환경부의 수소충전기 설치 목표는 누적기준 올해 385기, 2030년까지 660기다. 충전소 기준으로는 △승용 8개소 △상용 17개소 △액화 37개소 등 총 59곳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게 올해 목표다.
하지만 수소충전소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넷의 경영파행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수소차량 보급이 늦어지고 그에 따른 충전 수요가 확보되지 않으면서 인프라 운영사 부실과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상태에서 하이넷 운영과 관련해 예단을 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구축된 수소충전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도 협조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