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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정책시장으로 굴러간다. 시장의 기반이 약하고 규제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에너지 정책에 큰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책시장은 예측이 가능한 일관성이 요구된다. 안타깝게도 국내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정국이 급변하면서 불안을 키웠다. 이럴 땐 미래를 예측하는 섣부른 전망보다는 현 상황을 돌아보는 편이 낫다.

국내 수소산업 현장을 잘 살펴 지금 해야 하는 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눈앞의 일을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안개가 걷히듯 하나둘 정리가 되면서 미래의 전망을 담은 실마리를 손에 쥐게 된다.

 

수소정책

한국수소연합은 2024년 11월 21일 ‘트럼프 2.0 시대―글로벌 수소경제 전망 및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프랑크 월락 미국수소협회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제공하는 세액 공제가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초당적 인프라법(BIL)에 따른 보조금도 집행이 축소되면서 광업, 화석연료 생산 지원으로 자금이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석유, 가스 등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 철회 가능성이 열렸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분야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주정부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인센티브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고, 화석연료 기반의 블루수소 생산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살아 있다.

국내 사정을 보면, 정부가 세계 최초로 시행한 청정수소 발전입찰시장은 흥행몰이에 실패했다. 입찰에 참여한 5개사 중 최종 낙찰된 곳은 한국남부발전 한 곳에 불과했다. 애초 정부가 정해둔 전력 도입 가격 상한선이 너무 낮아 예측된 결과였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별다른 대안 없이 내년에 입찰 시장이 열리더라도 올해 수준의 상한가를 유지한다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며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보조를 통해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는 공급 중심 정책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한다.

정부는 강원 동해·삼척, 경북 포항을 국내 최초로 수소특화단지로 지정했다. 수소특화단지는 수소 사업자와 지원시설을 한곳에 모으고, 수소전기차·연료전지 등의 개발과 보급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오는 2028년까지 추진된다.

강원 동해‧삼척은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구축사업, 포항은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 구축사업에 집중한다.

정부는 또한 울진·서산·울산을 3기 수소도시에 선정하면서 12개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소도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수소시범도시 사업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소도시 2.0 추진전략’도 마련했다.

그 내용을 보면, 2040년까지 청정수소 생산 비중을 50%로 확대하고 바이오매스 기반 수소, 원자력 수소 등 지역 여건을 적극 반영한 수소생산시설 구축에 나선다. 또수소배관을 280km로 확충하고 건물용 수소연료전지 설치, 수소트램·수소트럭 등 수소교통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수소전기차

현대차는 누적 3만8,000대 수준인 수소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소승용차 넥쏘의 후속 모델을 7년 만에 출시할 예정이며, 수소상용차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북 전주공장의 수소전기버스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500대에서 3,100대로 늘렸다.

다만 충주 목행동 수소충전소에서 일어난 수소버스 폭발 사고에서 보듯 위험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이번 사고는 계기반에 고장신호가 뜬 수소버스를 센터에 입고하기 위해 수소충전을 마치고 시동을 건 직후에 일어났다.

충주시는 수소버스 18대의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충주시는 지난 2023년 11월에도 이곳 수소충전소에 불량 수소가 공급되면서 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한 적이 있다. 이 수소는 충주 음식물바이오 에너지센터에서 생산해 공급했다.

당시 넥쏘 차량 9대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결함이 발생했고, 닷새 뒤에는 충주 시내를 운행하는 수소버스 6대가 유사한 고장으로 멈춰 섰다. 차량 결함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불량 수소와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수소차 폭발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여기서 나온 문제를 빠르게 바로잡아야 한다. 또 이번 사고가 수소버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버스운송업체나 지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올해는 수소지게차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업체에서 차량 개발을 완료했지만 충전, 인증 문제 등에 막혀 상용화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 올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령이 시행되고, 인증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수소지게차 보급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12월 20kW급 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지게차를 인천 남동농협(1대)과 유니투스 충주공장(3대)에 처음으로 공급했다. 또 하이드로럭스는 수소저장합금을 적용해 개발한 3톤급 수소지게차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 1공장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두산밥캣의 수소지게차를 도입해 현장 실증을 이어가고 있다. 또 HD현대건설기계는 14톤급 수소굴착기, HD현대인프라코어는 14톤급 수소휠로더를 개발 중이다.

 

수소충전인프라

정부는 수소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수소충전소 구축에 힘써왔다. 그 중심에는 특수목적법인인 하이넷과 코하이젠이 있다. 2019년에 설립된 하이넷은 국내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다만 시간당 25kg 정도의 수소충전이 가능해 수소버스 등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2021년에 코하이젠이 설립되면서 대용량 수소충전소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액화수소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SK플러그하이버스, 효성하이드로젠의 액화수소충전소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하이넷과 코하이젠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정도로 충전소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하이젠은 현대차가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소 버스·화물차 보급이 늘면서 대용량 수소충전소 구축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 변화를 담은 현장이 부산에 들어섰다. 지난해 12월부터 운영 중인 하이스원의 금사회동 수소충전소는 시간당 300kg 이상의 수소충전을 지원한다. 수소버스와 수소트럭을 포함해 하루 200대를 충전할 수있는 양이다.

금사회동 충전소는 버스차고지 옆에 있으며, 전체 부지는 830㎡(250평)에 불과하다. 60평에 이르는 기계실 안에 2,150리터급 타입1 저장용기를 36개나 넣었다. 튜브트레일러가 들어오는 대로 250bar로 압축해 1.5톤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이곳 충전소의 핵심 장비는 150kg급 아이오닉(Ionic) 압축기 두 대다. 250bar 수소를 850bar로 승압해 고압탱크에 저장해두고 충전을 진행하게 된다. 아이오닉 액체로 수소를 밀어 압축하는 방식이라 소비전력이 낮고 유지보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액화수소가 처음 유통되면서 충전소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기체수소충전소에 액화수소 저장방식을 결합한 ‘1.5세대 충전소’가 상반기 첫선을 보인다.

크리오스가 주축이 되어 진행 중인 ‘액화수소충전소용 저장탱크 및 수소공급시스템 기술개발’ 과제로 하루 기화량 1.5% 수준의 1톤급 액화수소 저장탱크를 개발해 창원 대원수소충전소에 설치를 완료한 상태다. 이 탱크에 저장된 액체수소를 기화해서 버퍼탱크에 공급하는 형태로 실증을 진행한다. 액화수소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과도기 기술로 창원 액화수소플랜트의 수요처 확보에 목적이 있다.

국내 수소충전 시장은 기체수소, 액체수소, 이 둘을 결합한 1.5세대 방식, 이동식 충전소 등이 서로 경쟁하면서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아직 초기 시장이라 정상운영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 부품 국산화 노력 등이 더해지면서 변화의 동력을 찾아가고 있다.

 

수소생산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대기업의 수전해 기술개발 참여가 크게 늘었다.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은 작년 12월 20kW급 SOEC 시스템의 핵심인 스택 모듈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는 2021년 5월에 시작된 국책과제의 결과물이다.

HD현대중공업도 해상풍력 전기와 바닷물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EM(음이온교환막) 수전해를 통해 전해질 내 음이온을 이동시켜 전기화학반응으로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해상풍력과 연계한 해상플랜트 사업에 필요한 기반기술이다. 한화솔루션도 일찍부터 AEM 수전해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원자력 전력과 연계한 청정수소 생산 실증사업도 추진된다.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으로, 10MW급 저온 수전해 설비를 구축해 하루 4톤 이상의 수소를 생산해 온산공단의 기업체 등에 공급하게 된다.


안산 대부도 그린수소 생산 실증 현장에 구축된 알칼라인 수전해 스택.
올해 상반기에는 제주 행원리에 이어 안산 대부도에서도 풍력과 연계한 수전해 수소가 생산된다. 안산 수소시범도시 지역특화 사업으로 한전 계통이 아닌 풍력발전과 직접 연계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직접전력거래를 통해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자를 위한 별도의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수소활용

수소연료전지 부문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경북 경주에서 시작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월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제4호 프로젝트로 ‘경북 경주 강동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선정했다.

이는 7,716억 원을 투입해 경주 강동일반산업단지에 국내 최대인 107.9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발전소 인근에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다소비 첨단산업을 유치하게 된다. 오는 3월 착공해 2028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혼소발전 또는 수소전소발전이 가능한 엔진, 가스터빈도 대규모 수소 활용처에 든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울산 효성화학 용연2공장에 세계 최초로 1MW급 수소전소엔진 발전기를 설치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최근 한국남동발전과 ‘수소엔진발전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HD현대인프라코어도 2022년부터 수소엔진을 개발해왔다. 모빌리티용으로 개발한 11L급 수소전소엔진을 200kWe급 발전기로 전환해 테스트하고 있으며, 국책과제로 500kWe급 수소전소엔진 발전기를 2027년 6월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에서 5번째로 개발한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터빈 개발에 힘쓰고 있다. 2027년 400MW급 수소전소터빈 개발을 목표로 수소혼소(50%), 수소전소가 가능한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원익머트리얼즈가 충주에 준공한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활용 실증사업장’도 주목해야 한다. 암모니아로 하루 50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실증시설을 갖춘 곳으로, 향후 청정암모니아 수입을 앞두고 암모니아 기반의 수소추출 공정에 대한 안전기준, 기술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기반시설이다.

2025 수소시장 진단 “섣부른 기대보다 현장에 집중할 때” < 기획•연재 < FOCUS < 기사본문 - 월간수소경제

 

2025 수소시장 진단 “섣부른 기대보다 현장에 집중할 때”

수소는 정책시장으로 굴러간다. 시장의 기반이 약하고 규제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세계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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