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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지나니 대규모 산업단지가 보인다. 바로 석문국가산업단지다. 단지 안으로 들어가니 왼쪽으로 여러 신축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이 대열 끝에 지난 10월 28일에 개소한 ‘그린수소 수전해센터’가 있다.

그린수소 수전해센터는 국내 수전해 부품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구축한 국내 첫 수전해 부품개발 지원센터로, 수전해 부품 평가, 실패 원인 분석, 기술 노하우 전수, 시제품 컨설팅, 기업 업종 다각화 교육, 장비 기반 분석·평가 등을 지원한다.

충남도, 당진시, 충남테크노파크(이하 충남TP)는 도내 기계 부품 가공 산업을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이하 PEM) 스택 부품 생산 산업으로 전환하고 그린수소 산업 발전을 위해 ‘그린수소 생산 수전해 부품개발 지원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 지난 2021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인 ‘지역거점 스마트특성화 기반 구축사업’에 선정됐다.

‘지역거점 스마트특성화 기반 구축사업’은 지역의 자원과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하는 지역성장 정책이다.

이에 따라 충남도, 당진시, 충남TP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총 127억 원(국비 56억 원 포함)을 투입해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그린수소 수전해센터’를 구축했다.

국내 첫 수전해 부품개발 지원센터

그린수소 수전해센터 입구에 들어서니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태양광 패널이 주차장 위를 덮고 있다. 수전해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가동되는 점을 감안해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백귀현 충남테크노파크 첨단산업본부 과장은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는 현재 센터가 사용하고 있으며 곧 수전해 장비에 직접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총 설비용량은 49.595kW다. 

백 과장을 따라 그린수소 수전해센터 안으로 들어간다. 백 과장이 사무실 입구 옆에 있는 벽에 선다. 그 벽엔 ‘충남테크노파크 첨단금속소재센터 안내판’이 걸려 있다.

충남도는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금속산업의 근간인 첨단금속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22년 3월 ‘충남테크노파크 첨단금속소재센터’를 구축했다. 센터는 철강, 비철금속, 희소금속 등을 가공하는 기술(정련, 주조, 성형 등) 개발·연구를 지원한다.

이 센터 옆에 그린수소 수전해센터가 들어섰다. 충남TP는 각 센터의 전문성을 감안해 분리해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두 센터를 묶었다. 향후 그린수소 수전해센터의 규모가 확장되면 분리할 것으로 보인다. 

백 과장을 따라 사무실 반대편에 있는 시험동으로 향한다. 

백 과장이 가장 먼저 소개한 장비는 ‘접촉저항측정장비’다. 이 장비는 하중압력에 따른 PTL(다공성 수송층)의 저항값을 측정하는 것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대 하중값은 3,000kg이며 PTL을 GDL(기체확산층) 사이에 넣어 측정을 진행한다.

PTL 분리막은 PEM 수전해의 핵심 구성요소로, MEA와 분리판 사이에 배치돼 셀의 전기·열전도, 물과 생성가스 전달을 담당하며 스택 안에서 차압이 발생하면 MEA와 전극의 기계적 지지를 제공한다. 

그 옆엔 GDL에 기체를 주입했을 때 공기에 투과되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투과도 측정장비를 비롯해 압축에 따른 변형률을 측정하는 압축변형률 장비, 친수성과 소수성을 측정하는 친수-소수 측정장비, 최대 인장 응력을 측정하는 인장강도 측정장비, 분리막의 미세 나노 기공을 측정하는 기공 측정장비가 있다.

센터는 이들 6종의 장비를 묶어 ‘GDL·분리판 부품 공통 평가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을 둘러본 후 뒤를 도니 다수의 배관과 원통형 물탱크로 구성된 장비가 눈에 들어온다. 

이 장비는 시제품의 성능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초순수를 만드는 장비다. 초순수는 일반적인 물에서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등을 제거해 비저항값이 18MΩ·m 이상인 물을 말한다. 센터에서 사용하는 초순수는 반도체 후공정에 사용하는 초순수와 같다.

백귀현 과장은 “기업들은 전기전도도 등 수전해 성능평가 데이터값을 세세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시제품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초순수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해당 장비를 지나 시험동 안쪽으로 더 들어간다. 백과장이 한 장비 앞에 선다. 장비의 이름은 ‘다공 타깃 진공 증착 장비’다.

이 장비는 GDL과 분리판의 표면을 금속으로 코팅해 높은 전기전도도와 내부식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비다. 백금, 구리 등 금속을 진공 체임버에 넣은 후 플라즈마로 가열·증발하면 분자 또는 원자 단위의 얇은 막이 되는데 이를 GDL과 분리판에 증착시킨다. 

이 장비를 보유한 곳이 거의 없어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백귀현 과장은 “백금, 이리듐 등 희귀금속이 워낙 비싸서 GDL과 분리판에 코팅하기가 매우 부담스럽다”라며 “이런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 장비를 구축했다”라고 설명했다.

다공 타겟 진공 증착 장비.
해당 장비 맞은편엔 두 개의 독립공간이 있다. 

첫 번째 공간엔 ‘산성 복합환경 부식 시험기’가 배치됐다. 이 장비는 습도, 염분, 건조 등 다양한 부식 환경을 만들어 시제품의 부식성 등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결함을 찾아내는 장비다. 센터는 부식에 따른 결함을 빠르게 검출할 수 있도록 습도를 최대 100%까지 올리거나 소금물을 사용하여 극한의 환경을 만든다.

또 다른 공간엔 3D 프린팅 장비가 있다. 이 장비는 3D CAD로 제작한 분리판 단면 형상을 금속 3D 프린팅 기술로 샘플을 제작해 유로 최적화 등 분리판 개발을 지원한다.

해당 공간을 나와 오른쪽을 보니 또 다른 독립공간이 나온다. 이 공간 입구 위엔 모니터가 있다. 해당 공간에서 진행되는 수전해 성능평가 관련 내용이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뜬다.

해당 공간엔 △2채널 PEM 수전해 셀 성능안전 표준 평가장치 △1kW급 수전해 신뢰성 테스트 시스템 △10kW급 수전해 신뢰성 테스트 시스템이 설치됐다. 

2채널 PEM 수전해 셀 성능안전 표준 평가장치는 촉매나 소재가 다른 두 개의 셀 또는 스택이 같은 조건에서 어떠한 결과를 나타내는지 비교·평가하는 장비로, 더 나은 촉매나 소재를 찾거나 문제점을 확인해 수정·보완할 수 있다.

수전해 신뢰성 테스트 시스템은 시제품의 수소·산소 발생량, 수소 순도 측정, 스택 부분 전류밀도 등을 평가하는 장치로, 대면적에서 숏스택 평가까지 가능하다. 해당 시스템을 1kW와 10kW로 나눠 구축한 것은 비용과 관련이 있다.

백귀현 과장은 “단순 계산으로 1kW급 수전해 제작 비용은 2,000만 원이나 10kW급 수전해는 2억 원”이라며 “1kW급 수전해를 여러 개 돌려 신뢰성을 검증하고 이를 적층하는 것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는 벤트를 통해 건물 밖으로 배출된다. 이는 수소법에 따라 수소를 저장할 수 없는 데다 발생하는 수소의 양이 극소량이다. 예를 들어 10kW 수전해로 넥쏘 한 대 분량(6.33kg)의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선 이틀 정도 돌려야 한다.

이렇게 시험동에 구축된 장비는 총 11종 13대다. 장비 사용을 원하는 기업은 신청하면 1회(최대 30일) 사용할 수 있으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시험·분석·평가를 신청하면 센터 전담인력이 시험조건에 따라 장비를 운용한 후 결과물을 제공한다. 만약 원하는 장비가 없으면 충남TP 소속 지원센터나 협력전문기관과 연계해주는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그린수소 수전해센터의 배상규 센터장은 “개소한 지 얼마 안 됐지만 현재 이용률이 60~70% 정도 된다. 100% 도달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며 “이는 스택과 셀을 평가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데다 기업지원기관 특성상 접근성과 활용성이 좋아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한 기업은 그린수소 수전해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충남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배상규 센터장은 “성능 분석 등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면서 신규 사업을 계속 발굴해 센터를 확장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수전해 부품개발 전초기지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현재 해수 수전해와 관련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충남 그린암모니아 규제자유특구 사업과 관련된 지원 프로그램이나 인프라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PEM 국산화 가속

국제에너지기구(IEA)는 PEM과 AEC의 기술성숙도(TRL)를 최고 단계인 9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TRL 9단계는 본격적인 양산 및 사업화를 위해 품질관리가 중요한 단계다. 그런데 국내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60~70% 수준이다.

정부는 주요 수전해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수소기술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청정수소 생산기술 국산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생산기술 중 기술성숙도가 높은 알칼라인 수전해와 PEM 수전해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민간협업 연구·개발을 통해 수전해 소재·부품·장비를 단계적으로 국산화·고효율화하면서 수전해 생산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PEM의 경우 핵심 소재(촉매, 전해질 등)와 부품(분리판, 가스켓 등)의 저가화·국산화 및 고효율·고내구성 구현을 위한 MEA 구조 최적화 기술을 확보해 PGM(백금족 원소) 촉매량을 1.5~3mg/㎠에서 2030년 0.8mg/㎠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그 일환으로 과학기술통신부는 지난 7월 ‘국가 수소중점연구실’을 만들었다. 

수소중점연구실은 분야별 기술개발 이행안을 제시하고 개별 과제 단위로 추진되던 기술개발 성과를 한 곳으로 모으는 중심 조직이자 연구성과를 수요자에 공유하고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개방적인 혁신 플랫폼이다. 연구실은 △AEC △PEM △SOEC △AEM △LOHC 등 총 5개 분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EM 수전해 부품개발을 지원할 플랫폼이 구축됨에 따라 PEM 수전해 기술 국산화를 이루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PEM 수전해 경쟁력 높일 플랫폼 구축 < 기획•연재 < FOCUS < 기사본문 - 월간수소경제

 

국내 PEM 수전해 경쟁력 높일 플랫폼 구축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지나니 대규모 산업단지가 보인다. 바로 석문국가산업단지다. 단지 안으로 들어가니 왼쪽으로 여러 신축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이 대열 끝에 지난 10월 28일에 개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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