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그린수소 정책은 위험한 도박이 될 것?... 에너지 전환 자충수 두나
자료출처 임팩트온
일 자 2024.5.21
유럽의 적극적인 그린수소 활용 전략이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 미디어 블룸버그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이 넷제로 달성을 위한 방편으로 그린 수소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게 도리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전환은 AI, 전기차 산업 등의 부상과 함께 전력 수요의 급증을 불러올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여러 에너지원을 통해 전력을 최대한 많이 생산해 내야 하는 상황이고, 그린수소도 중요한 선택지 중에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규모 있는 투자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문제는 그린수소를 당장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유럽이 대규모 그린수소 발전을 실행하기 위한 전환 단계로 천연가스 발전소를 확대하겠다는데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이 이런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의 그린수소 전략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실패할 시 탄소집약도가 높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 발전소만 남아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환형 가스화력발전소 확대…투입 자본만 490조원
독일 정부는 지난 2월 수소 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스화력발전소를 새로 짓기 위해 160억유로(약 23조원)의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도기적 투자로 가스화력발전을 사용하다가 2035년에서 2040년 사이 100% 수소 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부는 2032년에 구체적인 시점을 정하기로 밝혔다.
독일은 전환 목적의 가스화력발전소를 본격적으로 짓고 있다. 독일 동부 도시인 라이프치히에는 지난 10월 지멘스의 수소터빈이 달린 가스화력발전소가 개장했다. 발전소는 구조를 조금만 바꿔도 100% 수소 발전시설로 바뀐다.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지역발전소인 라이프치히 슈타트베르케는 2026년부터 시범적으로 상업 운영을 시도할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이보다 훨씬 큰 발전소를 20개 이상 건설하고 약 9700km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확인되는 트렌드다. 리서치 기관인 블룸버그NEF는 세계 10대 탄소 배출국 중 9개국이 수소 전략과 인센티브를 발표해서 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미 3600억달러(약 489조원)가 넘는 자본이 투입됐다.
그린수소 산업 성장, 미국식 아닌 유럽식 정책이 추동
유럽은 큰 규모의 투자와 함께 최근 세계 최대의 수소 행사를 개최할만큼 전환 전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수소 서밋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현지 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최됐으며, 수소130여개국 2000여 대표단이 참여하고 주요 에너지 기업 및 기관 500곳이 부스를 운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도 세계 수소 서밋에서 한국 수소기업 홍보·상담관을 운영했다./Sustainable Energy Council
EU의 자신감은 수소 산업에 대한 정책 방향성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수소전문 미디어 하이드로젠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수소 서밋에서 한 업계 임원 패널은 유럽과 미국의 수소 보조금 정책을 비교하며 유럽의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수소 정책은 당근, 유럽은 채찍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반으로 청정수소 1㎏당 최대 3달러(약 4100원)의 세금공제를 제공하여 업계로부터 환영 받았지만, EU는 과도한 규제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왔다.
그런데, 행사에 참석한 미국 그린수소 스타트업 베르다지(Verdagy)의 최고상업책임자(CCO) 데이비드 보우는 “미국은 지원만으로 이뤄진 정책을 채택했지만, EU는 2030년까지 항공 연료의 1.2%를 친환경 수소를 사용해 만든 합성 등유를 활용해야 하는 등의 규제가 포함된 지원책을 활용하고 있다”며 “당근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소비자 측면에서 동기를 부여할 지원책과 규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틴 쿠프만 로테르담 항의 국제 수소 공급망 프로그램 매니저 “업계에 당근만 제공한다면 필요한 보조금 예산 총액의 수준이 너무 높기에 지급이 불가능하다”라며 “당근은 첫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규모의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채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쿠프만은 실질적인 계약은 기업이 규제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인식할 때 이뤄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수소 은행 경매의 낙찰가가 kg당 0.50유로(약 740원) 미만으로 매우 낮았지만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할 때 받는 처벌 위협으로 인해 기업은 오프테이크 계약을 유도하고 있음이 관측된다”고 강조했다.
보조금 없이 그린 수소 전환 불가…온실가스 배출량만 늘릴 도박
문제는 가스화력발전소가 그린수소 발전소로 전환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 도이치뱅크 리서치의 경제학자 에릭 하이만은 블룸버그에 “수소 전환형 가스연소 발전소가 지어지고 있지만 (전환 가능성이나 감축 효과 등에 대한) 측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수소 공급이 이뤄지는 파이프라인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자체적인 전해조도 설치되지 않은 상황도 문제다.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도 계획은 마련되어 있으나, 가스관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트럭으로 운송해야 한다. 독일 정부는 북해 연안도시 브룬스뷔텔에 10억 유로 규모의 액화 천연가스 터미널을 건설 중이다.
수소는 이동시키려면 영하 253℃에서 액화하여 암모니아의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으므로 취급시 더 나은 환기 시스템이 필요하다. 독일의 에너지 싱크탱크 프라운호퍼는 천연가스 터미널을 암모니아 터미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어 밸브, 화재 및 가스 센서, 인라인 장치 등 많은 구성 요소를 교체해야 하므로 쉽지 않으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린수소의 상용화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진 후에야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피에르 분시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재생에너지로 1차 전력 수요가 안정적으로 충족되고 에너지 전환이 끝날 무렵에야 그린수소가 유용할 것”이라며 “그 전에는 전기 생산의 확대가 우선이므로 그린 수소를 대량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전환형 발전소가 계속 화석연료를 태우게 됨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도리어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영국 싱크탱크 오로라 에너지 리서치의 독일 연구 책임자인 클라우디아 귄터는 “독일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전력회사가 수소로의 전환을 실행할 수 있도록 최대 200억 유로(약 30조원)의 전환 비용을 책정할 계획”이라며 “이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발전소가 천연가스로 계속 가동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지적한 대로 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을지 여부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명확하지가 않다. 로버트 하벡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독일은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의 기후 중립을 위해 많은 양의 수소가 필요하다”면서도 “비용을 절감해야 했기에 발전소에서 대규모로 수소를 사용하려던 초기 계획을 조정해야 했다”면서 수소 계획을 축소하고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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