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저렴한 중국산 전해조…유럽 녹색산업, 태양광 이어 수소도 밀리나
자료출처 임팩트온
일 자 2024.5.31
유럽이 태양광과 배터리에 이어 수소 산업에서도 중국에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럽 미디어 유랙티브는 29일(현지 시각)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수소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 5개 중 4개에서 중국이 유럽을 추월했다고 전했다.
특히, 유럽은 전해조와 연료전지 기술 부문의 리더이지만, 중국의 경쟁업체들이 이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의 전해조 제조업체들은 중국 기업들의 약진으로 정치권에 수소 산업을 보호해달라는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해조는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장치다.
이미지=픽사베이
중국의 추월 시그널에 주목…특허 수 증가와 정부의 의지
BCG는 유럽의 수소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할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리는 몇 가지 시그널이 있다고 전했다.
먼저, 기술 특허 부문에서 본격적인 추격이 이뤄지고 있다. EU는 수소 특허 출원 분야에서 오랫동안 글로벌 선두를 지켜왔지만, 생산, 저장 및 최종 사용 분야에서 전 세계 출원 건수의 3분의 1에 약간 못 미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와 유럽 특허청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특허 수가 전체의 5%를 넘지 못했고 증가율은 15%였다. BCG는 2015년 이후 중국의 특허 수가 40%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은 정부의 선투자를 통해 산업을 성장시킨다는 대원칙하에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는 중국과 비교하여 프로젝트 허가를 지연시키는 인허가 장벽으로 인해 산업 성장이 늦춰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EU는 넷제로 산업법을 통해 수소 산업을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요와 재생에너지 부족,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IEA는 올해 초 2028년 유럽 내 수소 생산량 전망치를 50%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세바스찬 슈랍 BCG 파트너는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에 이어 유럽은 또 하나의 유망한 친환경 산업을 중국에 빼앗길 위험에 처해있다”며 “EU도 중국 정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소 기술을 장려하고 있지만, 유럽의 보조금 프로그램은 너무 복잡하고 관료적”이라고 설명했다. 유랙티브에 따르면, 옌스 가이어 유럽의회 의원은 “태양광 발전에서 일어난 일이 전해조에서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중국산 전해조, 유럽보다 80% 저렴…시장 가치만 34조원
기술과 가격이 성장 속도의 차이를 벌리고 있다. 수전해 기술은 전해수, 셀, 촉매에 전기를 넣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알카라인 방식과 스택에 초순수를 넣고 분리막으로 산소와 수소를 분리하는 양성자 이온교환(PEM) 방식이 있다.
중국은 알카라인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의 기업들은 두 기술을 모두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활용하지만, 신규 투자는 PEM 방식에 집중되어 있다. PEM 방식은 시동 속도가 10배 빠르므로 최대 용량을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재생에너지 전력의 피크타임에 가동하기에 적합하다. 즉,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비용이다. 중국은 유럽의 전해조 제조업체보다 최대 80% 더 저렴하게 장치를 공급할 수 있으며, 약 250억달러(약 34조원) 가치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유럽 시장 진출은 아직 어려워…비가격 기준과 기금 지원의 정책 장벽 높아
유럽 산업계의 우려는 크지만, 중국 전해조는 아직 유럽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EU는 지난 1일(현지 시각) 7개의 그린 수소 프로젝트에 7억2000만 유로(약 1조733억원)를 투자했다. 프로젝트는 3개가 스페인, 포르투갈 2개, 핀란드와 노르웨이에서 각각 1개씩 추진된다. EU 수소은행의 보조금 경매에 입찰한 132개 프로젝트 중 중국 기술을 사용하여 수소를 생산하려는 프로젝트는 20개에 불과했다.
중국의 전해조 수입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네덜란드 왕립 응용과학연구소(TNO)는 일부 부품은 거래되고 있지만, 전해조 자체의 거래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다만, TNO는 중국 업체들이 유럽 시장에 들어오면 유럽의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므로 경매에 비가격 기준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전해는 EU의 넷제로 산업법(NZIA)에 나열된 기술 목록 중 하나다. 이 법의 목표는 2030년까지 설치된 장치의 40%가 유럽에서 생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은 각국 정부가 TNO에서 참조하는 비가격 기준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비가격 기준은 탄력성, 지속가능성, 책임 있는 사업, 납품 능력, 혁신, 사이버 보안 기준 등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는 규제다. 유랙티브는 이 법은 6월에 발효되지만, 이런 기준을 실행하려면 정치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