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급체계 대변혁 첫발 내디뎌…업계는 ‘실망’
월간수소경제 = 박상우 기자 | 분산에너지 활성화 기반을 조성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이 6월 14일 시행에 들어갔다.
분산에너지법은 변동성 높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장거리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낮은 수용성으로 사회적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에서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가 가능한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태양광, 풍력 등 변동성이 높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력계통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단위 시간당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일치시켜 일정한 주파수와 송배전 수준에 맞는 전압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수급 불균형, 과잉공급 등 출력량에 큰 변화가 생기면 계통주파수와 전압이 불안정해져 대규모 정전(블랙아웃)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날씨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이로 인해 출력량에 대한 예측성이 떨어져 전력 수급 균형과 계통 안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여기에 대형 기저 발전원(화력발전, 원자력발전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의 전력계통 특성상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하기가 어렵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의 수급 균형과 계통 안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위주로 출력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이 출력제한으로 인해 많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실례로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출력제한은 총 181회다. 이로 인해 57억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이 추세로 가면 2034년에는 출력제한 조치가 총 326회, 제어량은 시간당 293만1,000MW로 전체 발전량의 약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무엇보다 예상손실액만 5,100억 원대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장거리 송전망 구축이 지역주민 반대 등으로 인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009년 3월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발전전력을 수도권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765kV 동해안-신가평 교류 송전선로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입지를 선정하는데 무려 101개월이나 지연됐다. 여기에 2014년 12월 전자파 발생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한 초고압직류송전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공사 기간이 23개월 추가 지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1호 철탑 조립 공사를 완료하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한전은 2026년까지 공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나 서부구간(횡성-홍청-양평-가평)에 있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T/L) △345kV 당진화력-신송산T/L △345kV신당진-북당진 지중T/L △345kV 고덕-서안성T/L(반도체) 345kV 신시흥-신송도 지중T/L △345kV 신장성 변전소(신안 해상풍력) 건설사업 등도 지연되고 있다.
아울러 2050년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분산에너지 확대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주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적극적으로 전환하고 송배전망 확충과 지역생산‧지역소비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확산을 통해 경제구조의 저탄소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앙집중형 공급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현행 관련 법령 및 시장을 정비하고 분산에너지 확산을 이끌 별도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마련한 것이다.
핵심은 설치의무와 계통영향평가
분산에너지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법에서 정의하는 분산에너지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지역 또는 인근 지역에서 공급하거나 생산하는 에너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에너지’는 △전기사업용 전기설비 중 발전설비용량이 40MW 이하인 발전설비에서 생산하는 전기에너지 △일반용 전기설비 중 발전설비에서 생산하는 전기에너지 △자가용 전기설비 중 발전설비에서 생산하는 전기에너지 △집단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설비 중 발전설비용량이 500MW 이하인 발전설비 △집단에너지사업자 및 그 밖의 자가 생산하는 시간당 430기가칼로리 이하인 열에너지다.
또 법은 분산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을 ‘분산에너지사업’으로 정의하면서 △연료전지발전사업 △수소발전사업 △신재생에너지사업 △분산에너지 통합발전소사업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 △저장전기판매사업 등을 분산에너지사업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 중 연료전지발전사업은 수소, 암모니아, 기타 연료로 사용 가능한 수소화합물을 이용해 산소와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설비와 부대시설을 이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을,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연간 20만MWh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축 또는 대수선하는 건축물의 소유자’와 ‘사업면적이 100만m² 이상인 사업의 시행자’는 반드시 분산에너지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단 건축의 목적, 건축물의 용도 및 기능 등 건축물의 특수성을 고려해 산업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건축물은 의무대상에서 제외된다. 병원과 학교가 대표적이다.
의무설치량은 연간 예상 에너지사용량에서 지역별·연도별 일정 비율을 곱해서 나온 에너지사용량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여야 한다.
지역별 비율은 산업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며 연도별 비율은 △시행일~2026년 2% △2027~2029년 5% △2030~2034년 10% △2035~2039년 15% △2040년 이후 20%다. 다만 산업부 장관이 5년마다 분산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의 수준 등을 고려해 지역별 비율과 연도별 비율을 재검토할 수 있다.
만약 의무설치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분산에너지 설비 설치단가의 100분의 150을 곱한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로 인해 분산에너지 발전원과 수요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산업부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전력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분산에너지법에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포함시켰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실시대상자는 산업부가 지정한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지역에서 ‘10MW 이상 신규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려 자’ 또는 ‘기존 계약전력을 10MW 이상으로 증설하려는 자’다. 다만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육성 관련 사업 △교통시설, 공공·문화체육시설, 환경기초시설 등 기반시설 △산업부장관이 특별한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은 제외된다.
평가기준은 △계통영향사업자에 대한 전기의 공급 이후 전기품질 및 전력계통의 신뢰도 유지 가능 △계통영향 최소화 방안 마련 △전기 공급을 위해 필요한 전력설비 보강 난이도 △지역주민 및 지자체 의견 수렴 △사업 예정지역의 전력공급 자립도 등이다.
또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제도와 관련된 규정도 마련됐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지역 단위의 전력 수급의 균형을 통해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고 권역 내 전력계통 안정성을 향상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산에너지사업자는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판매할 수 있고, 부족한 전력이나 남는 전력을 전기판매사업자와 거래할 수 있다. 또 분산에너지사업자가 전기사용자에게 공급하는 전기에 대해서는 그 공급가격과 공급조건을 당사자들이 개별적으로 협의해 정할 수 있다.
이 분산에너지법에 △지정 신청 절차 △계획안 내용 △지정 요건 △규제 특례 적용 △지정 해제 △운영성과보고서 등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하기 위한 근거가 마련됐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기 위한 근거도 포함됐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발전원과의 거리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기를 많이 쓰는 수도권의 전기요금은 오르고 발전소가 집중된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분산에너지 편익 산정기관 지정 △비용의 보조 또는 융자 △분산에너지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금 △사회적 공감대 확대 등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기 위한 근거를 이번 분산에너지법에 마련했다.
이 밖에도 △분산에너지진흥센터 설립 근거 △분산에너지사업자가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 규정 △배전망 관리·감독 규정 등이 분산에너지법에 포함됐다.
업계는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한 연료전지 업계 관계자는 “분산에너지법 세부조건들이 기대했던 것과 많이 차이가 난다”라며 “예를 들어 연간 20만MWh 이상의 전력을 쓰는 건물을 설치 의무대상으로 정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만큼의 전력을 사용하는 건물은 데이터센터뿐이다. 63빌딩이나 롯데타워는 해당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2019년에 발표한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에너지사용량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건물은 ‘KT 목동 IDC1’으로 20만5,100MWh로 집계됐다. 이어 서울대학교(18만9,301MWh), 가산IDC(18만5,261MWh), LG사어언스파크(14만9,037MWh) 순이었다. 롯데월드타워는 11만3,563MWh로 5위, 롯데월드는 11만133MWh로 9위를 각각 기록했다.
또 다른 연료전지 업계 관계자는 “설치 의무자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빠졌다. 이로 인해 공공택지, 임대주택, 산업단지 등 LH가 개발하는 곳에 분산에너지를 반드시 설치할 필요가 없다”며 “결국 전기를 많이 쓰는 신규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분산에너지사업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분산에너지 발전원이 연료전지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SMR 등 종류가 다양하다”며 “그래서 업계 내부에서 ‘분산에너지 시장이 크게 열릴 줄 알았더니 굉장히 작네’라는 반응이 많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특별법에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요소가 적어 제 역할을 못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연료전지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기료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특별법에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이끌 만한 드라이브가 없다. 예를 들어 인센티브를 주기 어렵다면 페널티를 강력하게 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연간 분산에너지 시장 규모가 조 단위는 되어야 사업수지가 나오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할 텐데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현재로서는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잘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분산법을 활용해 지역 단위에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자체 및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새로 도입되는 주요 제도를 이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분산에너지법 시행에 따른 제도 이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특히 전력 직접거래 특례가 적용되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올해 안에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 중 공모를 통해 지정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울산, 제주, 부산, 대전, 구미, 나주, 해남 등 발전소 보유로 에너지 자급률이 높거나 산업단지로 인해 전력 수요량이 높은 지자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에 대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로 다른 전력 도매가격을 적용하는 ‘지역별 한계 가격제’를 우선 도입해 발전소의 효율적 분산을 유도하고 지역별 전기요금 책정에 근거가 될 원가 근거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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