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 이상현 기자 | SK이터닉스가 SK디앤디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넘겨받으며 수소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연료전지 발전소 운영·착공을 비롯해 해상풍력사업에도 손을 뻗는다. SK이터닉스는 SK디앤디의 매출을 견인해오던 부동산 사업 그늘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SK이터닉스는 건물 개발·공급업을 전개하고 있는 SK디앤디로부터 지난달 1일 인적분할됐다. 같은달 29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됐다. SK디앤디는 이제 부동산 사업에만 집중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성 확보, 관련 사업 확대 등을 목표로 인적분할한 것으로 추정된다. 친환경 에너지와 부동산 간 연관이 크지 않은 점도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SK이터닉스는 경기침체,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지 못하면서 실적에 금이 간 SK디앤디로부터 독립해 새롭고 다양한 사업 전개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SK디앤디의 영업수익은 지난 2021년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1년, 2022년 영업수익은 각각 8,818억 원, 5,634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약 4,796억 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903억 원으로 2022년(643억 원) 대비 상승했으나 2022년 영업이익이 2021년(2,098억 원)의 약 3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체면치레에 그쳤다는 평가다. 게다가 매출의 약 70%가 부동산 사업에서 발생했기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날개를 펼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인적분할 후 상승세가 매섭다. 이를 주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SK이터닉스는 지난달 29일 재상장 이후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했으며 4월 12일 기준 2만 원이 웃도는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SK디앤디의 주가는 1만2,700원으로 파악됐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로서 전문성을 갖출 SK이터닉스의 잠재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29일 ‘가려져 있던 재생에너지 사업이 재평가 받을 시기’라는 키워드를 담은 SK이터닉스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2024년에는 연료전지가, 2025년에는 해상풍력이 각각 매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SK이터닉스는 올해 연료전지 발전에 주력한다. 수소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발맞춰 청정수소를 활용한 수소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할 목표도 세웠다.
현재 SK이터닉스는 블룸에너지사의 고효율 연료전지 국내 공급권을 보유하고 있다. 연료전지 사업 개발·PF·EPC·운영 등 전 밸류체인에 걸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친환경 연료전지 발전소 개발을 통해 민간발전사와의 REC 장기계약 모델을 구축하는 등 자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중이다.
SK이터닉스는 올해 안으로 누적 200MW의 연료전지 발전을 운영·착공할 계획이다. 칠곡, 약목, 보은 등 세 발전소(에코파크)는 연내 상업 운전에 들어간다. 연료전지 발전규모는 각각 20MW, 9MW, 20MW다. 세부적으로는 칠곡 300kW 66기, 약목 330kW 27기, 보은 330kW 60기가 설치됐다.
또 올해 안으로 파주(31MW), 충주(40MW), 대소원(40MW) 발전소 착공에 들어가 2026년에 상업운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음성과 청주에서는 각 20MW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현재 운전 중인 음성, 청주와 올해 안으로 운전에 들어가는 칠곡, 약목, 보은을 합하면 누적 89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이 가능하다. 2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740GWh의 전기가 5개의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올 하반기에 칠곡·약목 에코파크에서 1,500억 원, 보은에서는 빠르면 올해 안으로 약 1,0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SK이터닉스는 지난달 26일 도시가스 사업자 참빛그룹과 연료전지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충주와 대소원 연료전지 사업 개발을 위해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SK이터닉스는 기기 공급과 관련 인허가 등 사업관리 전반을 담당한다. 참빛그룹은 발전소 내 도시가스 공급을 담당한다.
한편, SK이터닉스의 연료전지사업에는 SK에코플랜트가 함께하고 있다. 기기 공급, 사업관리 등을 SK이터닉스가 맡으며, SK에코플랜트가 연료전지 발전소를 시공하는 것이다.
주목할 사업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해상풍력이다. SK이터닉스는 올 4분기 390MW 규모의 대규모 해상풍력인 신안 우이 풍력발전 착공에 들어간다. 현재 제주 가시리, 울진 등에서 풍력발전이 상업 운전 중이며 총 1.4GW 규모의 해상풍력 파이프라인도 마련됐다.
2025년에는 3,000억 원 수준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매출 인식이 시작될 예정이다. 전체 EPC 계약 규모는 2조5,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SK이터닉스는 이 중 1조 원 가량을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상풍력은 다른 재생에너지 대비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아 각광받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일조 시간에만 발전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발목을 잡아 왔으며 지상풍력발전은 환경 파괴요인으로 제기돼 왔다. 지열발전은 특정 지역에 적합하며 바이오에너지는 생산 단가가 매우 높다. 비록 설치기간이 길긴 하나 강한 바람을 바탕으로 꾸준히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해상풍력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투자비, 유지비, 연료비 등 모든 발전비용을 포괄하는 균등화발전비용도 내려가고 있다. 터빈기술이 발달되고 해상풍력 단지가 확대된 덕분이다.
해상풍력 육성을 향한 움직임이 국내외에서 뜨겁다. 국내에서는 6개 은행이 공동 출자해 1조2,000억 원 규모의 기후대응펀드를 조성했다. 7년간 해상풍력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에서는 자산운용사 맥쿼리가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토탈에너지 등 협력사들과 미국 뉴욕주·뉴저지주,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대만, 아일랜드 등에서 향후 7년 동안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500억 달러(약 67조7,750억 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터닉스는 200MW의 계통연계용 ESS 사업을 개발해 전력중개 사업으로의 밸류체인 확장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지난해 4월 취임…사상 첫 50대 엔지니어 출신 CEO 새 경영비전서 수소사회 실현 사업 가속화 천명 수소제품 개발·생산 전담회사 '수소공장' 설립…사장은 엔진 전문가 다임러·치요다화공건설과 맞손…파트너십 강화
월간수소경제 = 박상우 기자 |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지난해 4월 1일 14년 만에 사령탑을 교체했다.
도요타 아키오 전임 사장이 회장으로 물러나고 엔지니어 출신인 54세의 사토 코지 도요타자동차 최고브랜드책임자(CBO)를 신임 사장에 임명했다. 도요타가 50대 엔지니어 출신 인사를 CEO에 선임한 것은 사상 최초다.
업계에서는 사토 코지 사장이 도요타에서 전기차, 수소차 등 전동화를 주도해온 만큼 도요타가 친환경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사토 코지 사장은 전동화‧지능화‧다양화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 는 경영비전을 제시했다. 그 핵심에 수소가 있다.
새 경영비전 핵심은 ‘수소’
코지 사장은 “전세계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 33%, 2035년 5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를 위해 ‘탄소중립 실현’과 ‘모빌리티 가치 확장’을 바탕으로 제로(ZERO)를 넘어선 가치를 만들어 자동차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수소사회 실현을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게 코지 사장의 설명이다.
코지 사장은 “우리는 미래를 과감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배터리전기차 개발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리고 바로 그 너머에 있는 수소사회 구현을 위한 프로젝트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국과 후쿠시마에서의 수소사회 구현, 수소전기상용차 양산 체계 구축, 모터스포츠 분야에서의 수소엔진 기술 개발 등 산업과 국가를 초월한 파트너들과 함께 수소 사용 영역의 확대를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나아가 에너지 산업과 협력해 탄소중립 합성연료 기술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부적으로 먼저 전동화 라인업의 한축이 될 수소차는 상용차를 중심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나카지마 히로키 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소차는 상용차 중심으로 양산을 추진하겠다”며 “파트너들과 협력해 수소차의 강점을 살려 중형 및 대형 수소전기트럭 양산을 시작으로 수소차 보급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소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도요타는 내구레이스 등 모터스포츠에 수소엔진차를 투입하며 성능을 개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열린 10시간 내구 레이스에 수소엔진이 탑재된 코롤라로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부터 대형 상용차용 수소엔진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상용화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동차 배출가스량을 기존 연료보다 20배 줄일 수 있는 탄소중립 합성연료를 출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수소와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탄소중립 합성연료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수소 분야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를 높이고자 사토 코지 시장은 취임 첫해부터 광폭 행보를 보였다.
취임 첫 해부터 광폭 행보
지난해 7월 도요타는 연료전지 등 수소 제품 개발·생산을 전담할 별도 회사인 ‘수소공장(Hydrogen Factory)’을 설립했다.
도요타는 의사 결정 과정을 간소화해 실행효율을 높이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연료전지 등 수소 제품을 빠르게 상용화하고자 수소사업 전담 회사인 수소공장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에 도요타의 기존 수소 사업 분야 조직과 인력이 포함됐다.
수소공장 사장에 미츠마사 야마가타(Mitsumasa Yamagata) 파워트레인 컴퍼니(Powertrain Company) 사장을 임명했다. 파워트레인 컴퍼니는 도요타자동차에서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개발·생산을 전담하는 회사다.
야마가타 사장은 엔진설계부, 엔진사업부, 제품기획부 등을 거친 파워트레인 전문가이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사고방식을 바꾸는 엔지니어의 능력을 갖춘 야마가타 사장을 통해 수소모빌리티 상용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야마가타 사장은 지난해 6월 일본 도요타 본사에서 열린 기술설명회에서 “강력한 파트너들과 쌓아온 관계를 기회로 삼아 주요 시장에 고객지향적인 기반을 구축하고 저렴한 제품을 충분한 양으로 제공해 수소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소공장은 △R&D‧생산 현지화로 주요 시장에 거점 구축 △충분한 물량 확보를 위해 파트너와 제휴 강화 △경쟁력 있는 차세대 연료전지 기술의 혁신적 진화 등 3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술 진보, 물량 효율화, 국산화로 37%의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한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을 곧 상용화할 것”이라며 “또 파트너사와 협력해 2030년까지 20만대분을 수주할 경우 비용 절감 효과가 50%까지 확대되는 것은 물론 견고한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도요타는 수소전기차 미라이에 적용된 기술로 개발한 연료전지 시스템의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문받은 물량은 10만대분으로, 대부분 상용차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수소연료 공급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소생산 기술과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도요타는 현재 태국에서 미쓰비시화공기와 가금류 분뇨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30일 도요타는 독일의 다임러트럭AG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핵심은 도요타 산하 상용차업체인 히노(Hino)와 다임러 산하 미쓰비시 후소(Mitsubishi Fuso)를 합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소모빌리티 도입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사토 사장은 이날 열린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양사는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CASE(Connected/Autonomous/Shared/Electric) 기술로 합병된 회사를 지원하는 동시에 양사의 기술역량을 더욱 향상시키기로 합의했다”며 “특히 수소를 핵심 중점 협력 분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사는 수소의 잠재력을 빠르게 인식하고 연료전지, 수소엔진 등 관련 기술 개발과 제품 상용화 및 수소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며 “우리는 합병회사와 함께 상용차를 시작으로 수소모빌리티 도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요타와 다임러는 올해 안에 합병작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신규 지주회사의 명칭, 소재지, 지분율, 회사구조 등 세부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드러난 히노의 엔진 배출가스 및 연비 인증 문제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경쟁 및 기타 법령에 따른 규제 허가 및 승인 절차가 언제 완료될지 알 수 없어 합병작업 완료 시점은 더욱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수소생산 분야에서 협력할 파트너를 찾았다.
지난 2월 도요타는 일본의 치요다화공건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도요타의 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한 수전해 스택 생산 기술과 치요다의 가공공장 설계 및 대규모 공장 건설 기술을 결합해 5MW급 PEM 수전해시스템을 상용화하기로 했다.
양사는 2025년부터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혼샤공장에 수전해시스템을 설치해 실증에 나선다. 향후 10MW급으로 확대해 시스템 검증과 제품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청사진은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H2&FC EXPO’에서 확인됐다. 박스 모양의 400kW급 모듈 12개를 묶어 5MW를 구성한다. 5MW급 설비 4개를 현장에 설치하면 20MW급 수소생산단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20배로 늘리면 400MW급 사이트가 완성된다.
지난해 11월에는 도요타통상, 미쓰비시화공기와 태국에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생산설비를 구축했다. 이 설비는 가금류 분뇨와 음식물쓰레기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한다.
도요타는 이곳에서 생산된 수소와 해당 수소로 만든 탄소중립 합성연료를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열린 10시간 내구레이스에 투입된 수소엔진차량의 연료로 활용했다.
수소에 훈풍 부나?
지난달 엄청난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회동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아키오 회장 초청으로 일본 아이치현에 있는 도요타 본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에 현대차와 기아 시장단도 동행했으며 만찬을 포함한 장시간 만남이 이뤄졌다.
두 회장은 양사 사업현안을 공유하고 미래사업 영역에서 협업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동의 핵심 키워드로 수소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양사 모두 수소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오랜 기간 수소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나 수소시장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장이 이번 회동에서 수소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했을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중장기적인 협력방안을 도출한다면 수소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두 회장의 이번 회동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월간수소경제 = 이상현 기자 | 인텔리전트 에너지(Intelligent Energy)가 수소승용차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연료전지 대비 작고 강력한 연료전지 ‘IE-DRIVE™시스템’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해당 연료전지 출력은 넥쏘 95kW 대비 62kW 높은 157kW다. 승용차 시장을 위해 개발된 엔진형 연료전지로 수소승용차 최초로 단일 스택 플랫폼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다.
턴키 방식이 적용된 이 연료전지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에 승용차 제조업체가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료전지 스택, 전자 제어 장치, 열교환기, BOP 등이 포함돼 자동차 제조업체를 위한 진정한 턴키 방식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턴키는 구매자가 제품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동일한 출력을 내는 기존 연료전지 열교환기 대비 크기는 30% 줄었다. 인텔리전트 에너지가 특허 받은 직접 물 분사 기술이 들어간 덕분이다. 연료전지의 경우 물을 사용해 열을 조절하는데 이 때 가습기 등 별도 부품이 필요하다. 직접 물 분사 기술을 활용하면 별도 부품을 탑재할 필요가 없어 부피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낮은 승용차 보닛에 들어가기에도 적합한 크기다.
인텔리전트 에너지는 새로운 연료전지를 상업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9년까지 연료전지 생산비용이 kW당 약 100파운드(약 17만 원)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는 저렴하고 내연기관 차량과는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료전지는 지난 4년간 진행된 ESTHER 프로젝트의 결과다. 인텔리전트 에너지, 중국 창안 R&D 센터, 라이라 일렉트로닉스 등이 참여한 2,200만 파운드(약 373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인텔리전트 에너지는 제조 프로세스 혁신, 조립 간소화, 품질 저하 없는 비용 효율성 확보 등의 임무를 맡았다.
인텔리전트 에너지 데이비드 울하우스(David Woolhouse) CEO는 "승용차의 4분의 1 가량이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 승용차 제조업체에 획기적인 솔루션을 내놨다"라며 "새로운 연료전지는 무공해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월간수소경제 = 성재경 기자 | 올해도 중국의 연료전지시스템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리파이어(Refire), FTXT에너지기술회사, 트루윈(Troowin) 같은 낯익은 이름이 눈에 든다.
호라이즌(Horizon)은 2003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연료전지 회사지만, 2018년 11월 중국에 ‘장수 호라이즌 파워트레인 테크놀러지스’를 설립하고 중국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수소에너지산업 중장기 발전계획(2021~2035)’을 통해 수소차 보급 확대, 충전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다.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5만 대 보급, 수소충전소 1,200개소 이상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업체들의 수소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8%가 성장한 5,600대로 시장 합산 점유율(37.1%)에서 한국(34.7%)을 처음으로 앞지르고 국가별 순위 1위에 올랐다.
한국의 수소차 기업은 현대차가 유일하지만 중국은 SAIC, 이치그룹, 둥펑자동차, 위퉁버스 등 10곳이 넘는다. 또 칭넝신에너지(Qingneng), 발라드(Ballard), 선리테크(SinoFuelCell), 궈홍수소에너지(Sinosynergy) 등 연료전지 스택 생산 기업도 즐비하다.
호라이즌이 이번에 출품한 200kW 연료전지시스템을 비롯해 1MW급 PEM 수전해 스택만 해도 칭넝신에너지와 관련이 깊다.
중국 장성자동차의 자회사인 FTXT는 올해 100kW(승용차용), 255kW(상용차용)급 연료전지시스템을 나란히 공개했다. 디이자동차는 화물차 브랜드로 ‘FAW 지에팡’을 소유하고 있다. FTXT는 작년에 160대가 넘는 수소 대형트럭을 ‘FAW 지에팡’을 통해 철강그룹인 HBIS에 공급한 바 있다.
중국 장성자동차의 자회사인 FTXT가 출품한 100kW, 255kW급 연료전지시스템. 캐나다 연료전지 기술 기반 밸류체인 구축
중국의 수소연료전지는 발라드파워시스템, 유닐리아(Unilia) 같은 캐나다 연료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앞서 말한 궈홍수소에너지가 스택 회사라면, 홍지촹능(SinoHyKey)은 중국을 대표하는 막전극접합체(MEA) 제작사다.
2017년에 설립된 홍지촹능은 광저우, 캐나다 밴쿠버에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고기술책임자인 예 시유(叶思宇) 박사만 하더라도 발라드에서 18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는 홍지촹능에서 2세대 MEA를 개발하고 양산시설을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양면 패턴코팅’ 방식을 도입해 값비싼 전극 촉매의 낭비를 줄여 최대 30%까지 비용을 절감했다.
홍지촹능의 MEA로 궈홍수소에너지가 생산한 24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인 SynRoad H240은 브라질의 마르코폴로 코치버스에 장착되어 ‘2022 독일 하노버 상용차 박람회(IAA Transportation)’에 전시되기도 했다.
중국은 탄소분리판을 쓰기 때문에 스택의 두께가 두꺼운 편이다. 전극 촉매, 고분자전해질막 등 소재, 핵심부품의 기술력은 뒤질지 몰라도 연료전지시스템을 양산해서 버스나 트럭 등 수소전기차에 적용하는 데 매우 능하다. 전국 거점에 밸류체인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소차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수전해 등 수소산업을 첨단 분야 기간산업으로 보고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는 기술력의 격차를 발 빠르게 좁히는 원동력이 된다.
‘대륙의 실수’는 이제 실수가 아닌 ‘전략’이 됐다. 중국은 국제표준에 맞는 뛰어난 품질의 글로벌 제품을 싼 가격에 생산해낸다. 테무나 알리바바가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크게 성장한 비결도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에 있다.
샤오미는 더 이상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나 파는 회사가 아니다. 애플도 포기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어 보란 듯 첫 모델을 출시했다. 작년 12월에 공개된 SU7의 사양을 보면,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제로백은 2.78초, 최고시속은 265km에 달한다.
수소전기차 부문에도 샤오미 같은 기업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중국은 그 저력을 스스로 입증해왔다. 미국이 제조업의 부흥, 기술 패권을 두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은 이들 나라에 끼어 있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면서 제조업의 경쟁력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포항시도 참여했다. 포항테크노파크, 경북 1호 수소전문기업인 햅스,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에프씨아이와 공동관을 운영했다.
포항시는 블루밸리 국가산단 내 약 20만㎡ 부지에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연료전지 주요 소재부품 생산기술을 한곳에 집적해 공급망을 내재화하게 된다. 수소연료전지 실증센터, 부품소재 성능평가센터를 갖춰 산단에 입주하는 연료전지 기업의 연구개발을 돕고 항만을 통한 수출에 기여할 수 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막연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내실 있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수소산업의 경쟁력을 살려 나갈 수 있다.